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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독서일기

독서일기#1 아무튼,양말

by sangahc 2021. 1. 12.

 

아무튼 시리즈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가볍게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는 무겁지도,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만은 않았던 읽기 쉬운 소소했던 책. 양말에 빗대어 덤덤하게 삶을 표현하는게 인상 깊었다.

 

작가에게 ‘양말’이 그러하듯 살아가는데 있어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어렸을 때의 나는 분명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고 위로를 받는 사람이었다. 해야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재의 나는 어느덧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감은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문득 큰 행복만 행복이라고 느끼는 내가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괜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유행했던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읽는 내내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작가가 부러웠다. 비싼 양말을 구매하고, 중요한 날에는 신경 써서 양말을 챙겨 신고, 따로 양말 서랍장이 있는 등 하고 많은 물건들 중에서도 양말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행동이 모두 이해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의 취향, 나의 행복이 확실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굳이 동의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양말’을 좋아하는 작가처럼 누가 뭐라해도 상관없는 나만의 ‘소확행’을 찾으면 나의 삶도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경제사정이 좋지않을 때도 양말을 샀던 구달님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구달님만큼 좋아하는 무언가가 없는 나는 분명 경제사정이 좋지않다면 잠깐 사고 싶은 무언가 있더라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 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달님이 내 친구라면 나는 양말을 사라고 할 것이다.

엄청 힘든 하루를 보낸 날 누군가에겐 집에 돌아와 맛있는 저녁을 먹는 순간,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 순간, 친구와 통화하며 힘듦을 털어내는 순간이 삶의 위로가 될 수 있듯이 구달님도 양말이 그런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은 '다름'과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아닌가. 구달님도 결국 좋아하는 양말때문에 책을 집필하고, 돈을 번 것처럼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도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다. 오히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구달님이 부럽기도 하다.

 

서랍장 속 계층화된 양말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저자는 비싸고 아껴신는 고급 양말을 브라만 양말로, 저렴하게 아무때나 막 신는 양말을 수드라 양말로 지칭하며 양말에 계급을 매겼다. 분명 회사를 다닐 때는 출근할 때,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 약속이 있을 때 등 브라만 양말이 훨씬 많았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어느 날 서랍장을 들여다보니 브라만 양말보다 수드라 양말이 훨씬 많아졌다. 집에서 일할 때, 잠깐 나갈 때 등 모두 막 신는 양말만 신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 후로 저자는 치과를 갈 때, 집 앞에 잠깐 나갈 때, 집에서 작업을 할 때 등 일상에서도 브라만 양말을 신는다고 했다.

 

요즘 삶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런 부분들에대해 많이 생각하다보니 이 이야기가 특히 와닿았다. 소소한 일상은 중요한 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날, 중요한 순간을 위해 무언가를 아꼈던 적이 많았다. 진짜 소중한 건 평범한 일상인데 나중을 위해 지금은 참아야지, 나중을 위해 이런 말들은 참아야지, 나중을 위해 지금은 대충 먹어야지 등 중요한 순간을 위한다는 핑계로 너무 모든 것을 아끼고, 대충하지 말아야 겟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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